의미 없는 단어들은 시인을 만나 그 뜻을 부여받고, 독자를 만나 비로소 생명을 얻게 된다. 시인의 시어 하나하나에는 무수한 날들의 고뇌와 성찰의 흔적이 묻어나온다. 이러한 시어들로 어우러진 한 편의 시는 과연 무엇에 의한, 무엇을 위한 향연곡인가.
환희와 분노로 가득 찬, 때로는 잔잔한 어조로 부르는 시인의 영혼이 담긴 노래에 귀 기울여 보자. 우리의 삶과 애환, 죽음, 그로 인해 승화된 감정과 못다 한 이야기들은 하나의 음률이 되어 방창록 시집 《망각을 위한 사랑》(한솜, 2009)이라는 하나의 곡을 완성해낸다.
《망각을 위한 사랑》에는 시인의 삶에 대한 고뇌와 삼라만상에 대한 애정과 애증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무엇을 위한 사랑이고 무엇을 향해가는 하루하루의 삶이란 말인가. 시인은 고향에 대한 추억과 회상, 옛사랑에 대한 그리움, 인간 본연이 가진 고독, 삶과 죽음에 대한 단상을 담담하게, 때로는 격양된 어조로 풀어낸다.
시인 삶의 노래를 듣다 보면 곧 우리네 일상생활의 감흥으로 친숙히 다가옴을 느낀다. 시인의 목소리는 봄꽃이 만발한 민들레 마을을 스치는 바람이 되어 따스하고도 평안한 봄기운을 전해준다. 그러는가 하면, 가을 바람에 지는 낙엽을 통해 사랑의 빈자리와 본연의 고독으로 가슴을 울리게 한다. 시인의 이러한 삶에 대한 단상은 죽음에 대한 깊은 성찰에 이르러 그 내면의 울림을 더하고 있다.
시인은 비단 이러한 자신의 내적인 고뇌와 통찰뿐만 아니라 외적인 환경과 사회에 대한 반성과 풍자의 시각도 함께 한다. 전쟁으로 얼룩진 현대사의 상흔을 상기하고자 했으며, 예기치 못한 사건 사고로 인한 죽음을 슬퍼하며 비통한 심정을 토하기도 한다.
나아가 시인은 현대의 비뚤어지고 어지러운 사회, 화합하지 못하는 사회계층 간의 갈등, 여러 부조리한 인간군상을 신랄한 어조로 꼬집는다.
자신의 내면과 사회 속에서 겪는 무수한 아픔과 슬픔, 사랑과 희망을 오롯이 담아낸 시집《망각을 위한 사랑》. 가슴 속에 사랑과 비애, 영혼을 담은 시인의 노래는 잔잔한 감동으로, 때로는 고동치는 심장의 뜨거운 열정으로 독자에게 전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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